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
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
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
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
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
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
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
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
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
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
나,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게
나,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함부로 강제이주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
나, 거기로 돌아가려네
이런 수모와 멸시 당하면서나, 더 이상 여기 있고싶지 않네
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
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
나,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나
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
<출처> 원다라 기자 dara@hankookilbo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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